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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생활/건강해지자

27년차 비염인의 비염 수술기 + 재발로 인한 재수술

by Ateambulo 2023.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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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평생을 한쪽 코가 막혀있거나 두쪽이 막혀 있었다. 그런 내가 신기한 점은 절대로 입으로 호흡하지 않았다는 것. 입이 메마르고, 맨날 입술이 터서 입으로 호흡하면 난 항상 가습기와 1년 내내 붙어살아야 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막혀 있어도 숨을 쉬려고 노력했다. 또 그렇게 살아가니까 20년째 숨은 쉬어지긴 했다.

 

하지만 소리가 날로 커졌다. 대학교 수업시간에 난 졸지도 않고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친구가 너 코소리 너무 크다고, 졸지 말라는 말에 충격 먹었다. 그리고 어디를 놀러 가도 친구들이 너 코 고는 건 아닌데 소리가 세다는 말을 듣고,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비염인은 항상 코물과 기침이 따라다니는데 가족들도 이게 점점 듣기 싫었나 보다. 아빠가 더 이상 이대로는 시끄러워서 안 되겠다! 하면서 수술할 곳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우선 오빠가 미리 했다. 한지는 벌써 12년? 오빠는 비염 그쪽 살 부위와 편도를 다 떼어냈다. 덕분에 목도 잘 붓지 않고, 뭐 재발도 그렇게 크게 되지 않았다. 하지만 난 그 충격적인 장면을 잊을 수 없다. 코 안에 솜을 한가득 넣은 채 일주일을 생활하고, 그 솜을 빼던 날, 의사가 양동이를 가져오시더니 오빠 앞에다 가져놓았다. 저게 뭐지 했는데 뺴는 순간 피가 콸콸 쏟아져 나왔다.

 

아... 그게 내 미래의 모습이라니 하면서 사실 수술을 미뤄온 것도 있다. 내가 할 때쯤에는 의료 기술이 발달해서 어떻게 간단하게 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희망... 역시 10년이 지나니 수술은 드라마틱하게 변해있었다. 레이저? 고주파로 살을 태워서 줄이는 형식이다. 이제 굳이 잘라내지 않아도 된다!!!

 

아빠의 지인이 이비인후과 비염 수술을 전문으로 하고 있어서 그분께 한 달 정도 경과를 보고 수술을 진행했다. 처음에 수술하고 나서 이런 식 일 거라고 알려주시면서 약 묻은 솜을 코에 넣고 5분간 기다렸는데, 공기가 폐 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처음 느꼈다. 시원하다 못해 폐가 차가웠다. 나는 알았다. 난 무산소생물이었다. 의사 선생님한테 와... 구세주를 찾은 기분이에요라고 말하면서 바로 수술대에 올랐다.

 

1차 수술

우선 1차 수술은 오래 걸렸다. 의사 선생님은 나 같은 알레르기 비염인들은 재발을 할 수도 있는데 적어도 7년 뒤에나 가능하다고 말씀하셨다. 살이 자라는데도 상당히 시간이 걸리까. 그 말을 믿고 나는 부분 마취로 하고 수술했다. 와 실시간으로 살이 타는 느낌은 강렬했다. 또 살이 약간 자라더라도 숨 쉬는 통로를 막지 않게 살이 자라나는 뼈를 약간 구부렸다. 뼈가 우두 득하면서 박살 나는 소리도 실시간으로 느꼈다. 

 

수술 후 한 달

우선 한 달간은 말 그대로 숨을 쉴 수 없었다. 선생님이 일주일이면 괜찮아진다고 했는데 심한 비염인인 나는 진물이 멈추지를 않았다. 밤에도 그냥 진짜 줄줄 흐를 정도라 수건을 몇 개나 깔고 자야 했다. 난 심지어 학기 중에 수술해서 그때 코로나도 아니었는데 마스크를 끼고 안에 거즈를 넣고 수업을 들었다. 대단했다 나란 인간. 그리고 매일 소독을 해줘야 한다. 정말 코에서 진물 때문에 썩는 내가 나는데 이게 내 코에서 날 수 있구나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 고통을 잘 견디면 천국행이다. 

 

그리고 맛을 느끼지 못한다. 냄새는 당연히 못 느낀다. 선생님은 맛을 못 느끼니까 다이어트가 될 거라고 했는데 아니 전혀요. 못 먹는 것도 먹어서 더 쩌버렸다. 맛은 나는 빨리 돌아왔다. 한 3달? 냄새는 정확히 돌아오기까지 3달 정도 걸렸는데 확실히 말할 수가 없는 게 난 원래 코가 막혀 있어서 냄새를 잘 못 맡았다.

재발

하.... 난 1년 만에 재발했다. (실환가?) 이상하게 한쪽 코가 다시 막히기 시작해서 내가 감기에 걸린 건가? 했는데 그 빈도가 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뭔가 살이 커진 느낌을 받았다. 당연히 병원에 갔다. 대전에서 세종까지 왕복이 다시 시작됐다. 선생님은 뒷목을 잡으셨다. 자기가 몇백 번 넘는 수술을 하면서 이렇게 심한 비염인 처음 봤다고 하셨다. 이렇게 빨리 자라는 것은 처음 봤다고 충격적이라고 하셨다. 아빠는 먹는 게 다 코로가나고 타박을 주셨다. 

 

선생님은 이건 리터치를 해야 한다고 하셨다. 너무 자라서 한번 또다시 태워주면 예전처럼은 이렇게 까진 재발 하진 않을 거라고, 회복도 빠를 거라고 해서 바로 다음 주에 수술대를 올랐다.

 

하지만 여러분... 저는 운이 나빴습니다. 마취로 인한 쇼크가 와서 잠시 의식이 나갔습니다. 선생님들이 우왕좌왕하던 것을 보고, 오갓... 이렇게 가는군요. 했지만 깨어났습니다. 선생님은 대학병원에 추천서를 써주셨지만 대학병원에서 거부하셨습니다. 결국 다시 선생님과 다른 마취제로 합의를 보고, 잘 수술을 했습니다. 그때의 간호사가 잊히질 않네요. 의사 선생님이 보호자를 불러오라고 했는데 수술이 늦게 끝날 것 같다고 해서 아빠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 순간 책을 보고 있었다는....

 

뭐 두 번째 수술은 다행히 잘 마치고, 진물도 일주일만 갔다. 냄새도 빨리 돌아왔고 현재 2년이란 시점이 지났다. 살이 약간 자란 게 느껴지는데 이게 비염이 심해지면 살이 붓는데 그걸 약으로 붓기를 뺴야하는데 나 같은 귀찮니즘 사람들은 그냥 넘어가다가 붓기가 살이 되고 다시 살들이 자라나고, 그렇게 재수술하게 되는 원리였다. 역시 수술했다고 끝이 아니다. 관리를 해줘야 한다. 나도 좀 심해졌다 싶을 때는 약을 먹어주고 평상시에는 비염인들이 항상 들고 다니는 코 안에 넣고 뿌리는 그 약(초록색)을 들고 다닌다. 

 

겨울에는 가습기 계속 틀어주고, 다시는 수술대에 아니... 또 의료체계가 좋아질지는 모르지만 하... 마취에 내가 안 맞을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체크하시고, 수술 끝난 비염인들은 재발하지 않기 위해 코 소독 매주 일주일에 한 번씩 해주시고, 심해지면 그냥 약 먹고, 뿌리는 약 잊지 말고, 건조하게 살지 않으면서 살아가길 바란다. 

 

선생님은 나의 구세주다. 진짜 몇 명을 그 병원로 보냈는지 모른다. 삶을 찾게 되었다고 ㅋㅋㅋ 진짜 수술하고 나서는 우선 좋아진 점은 머리가 맑아진 느낌이다. 원래 편두통이 심했는데 90프로 사라졌다. 그리고 집중력? 도 상당히 는 느낌? 이게 숨 쉬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살아가는 요즘이다. 센세 아리가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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