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 가면 말 그대로 가면을 쓴 나이다. 나에게 페르소나는 땔 수 없는 일종의 옷 같은 존재다. 항상 입어야 하지만 상황에 따라 다른 옷을 입는 것처럼. 아마 처음 가면을 쓴 기억은 중학생일 때의 나이다. 나는 만만해 보이고 싶지 않았고, 무시받기 싫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아마 나의 이상향이 되기 위해 내가 생각한 엄격한 기준대로 말수를 줄이고 눈매도 어딘가 심오하지만 단호해 보이는 눈으로 항상 고정했다. 이것을 시작으로 수많은 가면을 만들어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최대한 살갑고, 웃음이 가득한 사람. 말이 많다곤 할 수는 없지만 계속 이어갈 수는 있는 사람. 대학교같은 중간 크기의 그룹에서는 있는 듯 없는 듯 공기 같은 사람. 나를 최대한 안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친한 사람들과 함께면 분위기를 위해 푼수가 될 때도 있고, 놀리기도 하는 가면. 하지만 집에 오면 다 벗어던져버린다.
이게 문제였다. 내가 가면 쓴 나와 차이를 인지했다. 그걸 알아갈수록 진짜 나는 뭐지? 나는 누구지? 나를 잃어버렸다. 차이의 간극이 커지고, 인지할 때마다 사람을 대할 때 뭔가의 죄책감과 찝찝함으로 쌓여서 사람을 만나고 나가는 게 싫어졌다. 가면이 버겁기 시작할 땐 모든 걸 내려두고 나에게 다시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없어지기 전에.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다 적어봤다. 나의 페르소나도 적었다. 하나 확실히 알게 된 건 나는 이 간극을 메꾸려고 어떻게든 줄여보려고 아등바등했다는 것이다. 그럴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었는데 말이다. 나는 내가 원하는 이상향대로 살려고 한 게 문제였다. 나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은 채로.
이제는 차이를 인지한 채로 이것도 또 다른 나인거다 라고 받아들였다. 사실 이상향이 드라마에서 새롭고 나의 취향에 맞는 캐릭터가 나올 때마다 저렇게 돼봐야지 할 정도로 수많은 이상향들을 만들어낸다. 하나뿐인 내가 수많은 이상향이 될 순 없고, 잠깐 다른 나로 왔다 갔다 하는 걸로 받아들였다. 좀 다르지만 저것도 나고, 이것도 나 인거다. 문제 될게 뭐 있는가? 이 정도는 지극히 정상 아닐까?
이렇게 하면서 한 가지 달라진 건 에너지를 소비하는 게 줄었다. 차이를 받아들임으로 내가 거짓인가 하는 의구심을 치우고, 내가 하는 행동들이 다 가짜가 아닐까? 하는 두려움으로 사람을 만날 때 스트레스받아하던 나를 치웠다. 오히려 내가 어디까지 해볼 수 있는지 실험하고 도전하게 되었다.
또 깨달은 건 하나 더 있다. 페르소나는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닌 공생하면 나의 무기가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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